일상

 

 1.
 결제일이 묘하게 몰리면서 지금 따라붙는 물건 비딩을 하려면 귀찮아도 카드 선결제를 해버리든지 한도(해외사용)을 높여달라고 전화 한 번 해야겠다- 고민을 했는데 고맙게도 셀러께서 sorry but i dont have paypal only accept banktransfer 라신다. OK 현금박치기. 블로그인 동포님들께선 카드 한도를 얼마에 걸어놓고 사시는지 궁금하다.

 2.
 간만에 장안에서 제일 비싼 수리실 B엘 갔는데, 오늘 망가진 카메라는 기종이 조금 독특한 것이라 아무나 만져주지를 않는다. 그간 잘 이용하던 수리실 A에 먼저 문의를 했더니 “글쎄요, 그게 돈을 들여도 돈을 들인 티가 잘 안나요- 해보기는 해보겠는데..” 애매한 말씀을 하신다. 결국 이 괴상한 ‘시계태엽장치’를 능히 수리할 수 있다고 알려진 단 두 곳- 중 그래도 면식이 있는 한 곳에 물건을 부탁했는데, 자신이 있으시단다. 단 명성에 pay가 정비례 하는 곳이라 수리기간도 세 배, 수리비도 세 배. 그래도 웃으며 물건을 놓고 왔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보건데 단번에 고치지는 못해도 몇 번이고 들고 가서 징징거리면 어떻게든 돌아가게는 해 놓드라. 오늘 내가 의뢰한 사항은 ‘셔터를 바삭바삭하게 해주세요’였다. 나도 바삭바삭한 셔터 한 번 눌러보자. krispy! knusperig!

 3.
 오늘 옥상에 화분 하나를 더 끌어다 올렸다. 높이 4층에서 높이 5층으로 올린 것인데, 엄청 힘들었다. 흙이 200리터.. 말이 200리터지 삽으로 흙 200리터 퍼 올릴래봐. 게다가 내가 화분 아래에단 자갈이랑 마사를 깔았거던-_- 그런데 화분 흙을 파보니 별게 다 나온다. 우선 지난 봄 꽃을 보고 긑 화분 깊숙이 파묻었던 히야신스. 사실 많은 분들이 히야신스가 봄에 거래되는 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히야신스나 크로커스 같은 구근류 화훼는 지금부터 11월 말, 땅이 얼기 전까지가 거래시즌이다. 추파구근류가 이름이 괜히 秋播(추파)겠는가. 얘네들은 추파춥스가 아니에요. 지금 시즌 사다 화단이나 화분에 깊게 심어 한 겨울 얼리고 난 뒤에 봄에 꽃을 보는게 abc가 맞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봄에 밥숟갈만한 화분에 알뿌리 하나 얹어 콩나물처럼 기르는 것보다 식물이 강해져서 꽃도 오래가고 튼튼하게 자란다. 그리고.. 굼벵이. 놀라운 분더러스 굼벵이 되시겠다. 이게 지난 봄 고창에서 올려온 약 100여 리터의 퇴비(돈분+계분+톱밥)에 섞여온 아인지 아니면 서울 하늘서 날아다니던 풍뎅이들이 알을 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좌우간 내 엄지손가락보다 크고 굵은 굼벵이들이 화분 흙을 퍼 나르는 와중 여럿 목격되었다. 동생과 어머니에게 ‘전쟁 나서 먹을 것 없으면 이거 파먹으면 되겠네’ 라고 했는데, 이거 진짜 먹어도 되게 생겼다. 살아 피둥피둥 져서 허옇고 꿈틀꿀틀하는게 무슨 티니위니 스몰사이즈 순대같애!

 4.
 요즘 읽은 책들 중에서는 ‘태양의 아이들: 에너지를 향한 끝없는 인간 욕망의 역사’ (앨프리드 W. 크로스비)가 좋았다. 米原万里의 旅行者の朝食 역시 재미있었지만 요즘 KBS에서 하는 여섯시 내고향도 그만큼은 재미있다는 사실. 나머지는 별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없고, 지금부터 볼 것 중 기대가 큰 것은 찰스 스콰이어의 켈트 신화와 전설.


옥상벌 小話 -041

상강이 23일이었으니 벌들이 월동에 들어갈 때가 지났다. 지금 벌통 안에서 버글대는 애들은 벌들의 평균수명인 50여일을 살고 죽는 봄-여름벌이 아니라, 이즈음 상강 무렵에 태어나 하이버네이션 모드로 겨울을 난 뒤 내년 봄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바깥일을 시작할 귀한 가을벌들이다. 즉, 11-12-1-2-3월까지 최소한 150일을 꺼지지 않고 살아남아줘야 하는 생명의 불꽃들이란 말씀. 월동에 들어가면 벌들은 봄-여름-가을 모아놓은 꿀을 파 먹으며 외출을 하지 않고 벌통 안에서만 생활을 한다. (과연 저온과 소식은 장수의 비결이다.)
  벌들이 월동에 들어가는 시기는 지역과 그 해 그 해의 날씨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데, 예들 들어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강원도 산골짜기 같은 경우는 벌들이 진작 월동에 들어갔지만 남녘 따뜻한 곳은 동백꽃이 피어있는 한 12월이든 1월이든 벌들이 그 꿀을 먹기 위해 기온이 올라가는 낯시간에는 활동을 한다. 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저기온이 영상 10-13도 정도라고 볼 때, 날씨가 아침 저녁 영하로 내려가더라도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겨울 날씨가 드물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오상고절 국화나 동백 같은 밀원이 확보될 경우 아카시아처럼 꿀이 쏟아지지는 않아도 근근히 얼마씩은 유밀이 되어 낯시간 동안에는 꿀을 물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에 벌들이 너무 활동을 열심히 하면 월동을 목적으로 태어난 벌들이 열심히 월동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벌통 밖으로 돌아다니며 꿀을 모으느라 쉬 늙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생생한 어린 것들을 얼려야 이듬해 봄까지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을 텐데,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팍삭 삭은 아이들이 월동에 들어가게 되면 월동성적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렇게 지나친 가을철 수밀활동으로 이듬해 봄 벌통의 세력이 미미하게 된 것을 춘감현상이라고 한다. 적당히 나오다 그쳐야 할 가을밀원이 너무 좋은 경우 발생하는 웃지 못 할 일이다. 때로는 꽃이 너무 많아도 벌들에겐 문제가 된다.
 올 한 해 장현이가 죽기살기로 기른 효자동 옥상벌들은.. 오늘 오후 현재 월동 세팅 완료하고 바깥일을 거의 중단한 채 벌통 안에 땡글땡글 뭉쳐있다. 조금 더 추워지면 벌집을 갉아먹고 위로 올라가 봉구를 형성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낯시간에는 꽃가루를 뭉쳐오는 놈들과 배가 땡땡 불러 꿀을 물어오는 놈들이 있다. 아마 서울이라 겨울이 늦은 탓과 인근 인왕산, 북악산, 광화문 언저리의 풍부한 조경 탓일 것이다.
 어쨌거나 서울의 기후는 시골에 비해 한 달 이상 차이가 난다. 개나리 진달래 따위의 봄 꽃이 일찍 피고, 따뜻한 겨울이 늦게 오는 것이 21세기 인구 천 만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사계다. 월동식량도 충분하고, 날도 춥지 않고(건물 옥상이지만 어쨌거나 여기가 개마고원은 아니잖아), 더 추워지면 거적대기 포대기도 둘둘 둘러줄 예정이니 올 겨울 한 번 잘 살아나보자.

덕수궁

Rolleiflex 3.5E, Schneider-Kreuznach Xenotar 1:3,5/75 6250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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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l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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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쇠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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